출간 도서

아싸지몽

저자

이철우

ISBN

979-11-7048-647-3

출간일

2024년 01월 08일

도서분류

자전에세이

상세정보

벽, 몽, 낙낙한 인생

내 인생에서의 ‘몽’은 항상 붙어있다. 인생의 전반기는 줄곧 어리석은 ‘몽(蒙)’ 속에 머물렀고, 이제 인생 후반에는 꿈꾸는 ‘몽(夢)’으로 살고 있다.

주역의 괘 ‘산수몽(山水蒙)’을 타고난 팔자라서 일찍이 산수몽의 키워드인 ‘어리석음[蒙]’으로 무지몽매하게 진로 변경 없이 한곳에 안주하였다. 오랫동안 긍정적으로 살아온 나는, 초반 적응에 애를 먹었으나 고단한 가운데도 꿋꿋하게 살다 보니 어느 순간 마침내 긴 마라톤을 완주하고 목표를 달성, 화려하게 ‘금선탈각(金蟬脫殼)’하는 환희와 행복을 누릴 수 있었다. 그리고 다시 새로운 트랙 앞에 섰다.

몽에 하나를 더하자면 벽(癖)을 들 수 있을 듯하다.

우주여행을 떠나는 이즈음에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양반놀음을 꿈꾸는 기벽(奇癖), 오래전부터 고전에 심취해 인생의 답을 구하고 삶의 동력을 찾은 서벽(書癖)은 몽매함을 벗어나게 하는 내 삶의 빛이었다. 거기에 나만의 미학을 구현할 수 있었던 수집벽(蒐集癖)은 양평에서 소요유의 삶을 가능케 했다.

단어 몇 개로 정리될 만큼 간단한 인생은 아니지만, 그 몇 단어가 줄곧 내 삶을 관통해 온 것만은 사실이다.

몽이 되었건, 벽이 되었건, 즐거움[樂]을 놓지 않으려는 심정의 발로이니 넉넉한 마음으로 낙낙(樂樂)하게 살다 보면 굳이 이상향을 멀리서 찾을 필요가 있을까.